2024 시카고 학회를 다녀와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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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시카고 학회를 다녀와서 – 2
2024.10.18 부터 10.21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 AAO)에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 학회 때는 느낀 점이 많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잠도 오지 않고 하여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차례
다시 오게 된 시카고
CHICAGO
기억을 돌이켜 보면 내 첫 해외 학회는 전공의 1년차시절이었다.
그것도 지금과 똑같은 미국안과학회 AAO, 장소도 시카고로 똑같았다. 전공의 1년차였으니 안과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갔었다.
당시에는 정말 지옥같은 전공의 생활 도중에 해외를 간다니…즐겁기만 했지.
뭐 국내에서 열리는 학회도 몇 번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학회니, 강좌는 90% 넘게 못알아 듣는 것이 당연했다.
심지어 영어로 하니 말이다. 뭐가 중요한가. 몰래 학회장에서 나와서 혼자 시카고 시내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웠다. 그렇게 첫 해외학회를 마치고 복귀해서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일을 생각하니 귀국하는 항공편에서 눈물이 났던…
추억 속에만 있던 시카고에서 올해 똑같은 AAO가 열리게 되었고 좋은 기회로 다녀왔다. (다녀오게끔 많이 배려해 주신 과장님과 다른 교수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AAO는 전임의 때도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이 세 번째.
전임의 때 다녀온 AAO는 전문의 따고 직접 수술집도를 막 하면서 다녀왔기에 정말 재밌고 유익했다. 실전에 바로 적용할 생각에 정말 집중해서 신나게 들었던, 그리고 사비를 꽤나 들여 신청한 유료강좌랑 웻랩(수술실습)도 어찌나 재밌게 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그때 배워온 팁들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학회는 큰 기대감이 없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목표가 생기게 되었다.
바람의 도시
아침 6시20분, 학회장으로 이동하는 셔틀을 타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바람이 많이 불어 윈디시티(Windy City)라는 별명이 있는 시카고답게 새벽 바람은 매서웠다. 학회 셔틀은 호텔들이 많이 모여있는 loop 근처를 위주로 도는데 내가 잡은 숙소는 다소 거리가 있어 20분 정도는 걸어야만 했다.
존핸콕 센터 앞 셔틀버스 정류장
6시45분 첫차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학회는 8시부터 시작)
첫날은 도착해서 등록하고 이것저것 하고, 또 학회장이 좀 큰 게 아닌지라 길을 헤맬 수 있어 좀 미리 도착하는 것이 낫다.
뭐든지 큰 미국
학회장은 미시간호 바로 옆에 위치한 매코픽플레이스(Mccormick place)라는 엄청 큰 규모의 컨벤션 센터이다. 찾아보니 미국 내 최대 크기를 가졌다고 한다.
위 사진처럼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신청한 강의의 강의실이 다른 건물이면 이동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학회장 중간에는 이렇게 expo가 어마무시한 규모로 있다. 저기서 안과와 관련된 각종 회사들이 신제품, 신약 등을 선보이는데 나는 이 전시장 구경을 매우 좋아한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해진다.
빨리 와서 그런지 자리가 많다. 조금만 늦으면 화면이 안 보이는 자리만 남거나 뒤에서 서서 봐야 한다.
그럼 재밌게 들었던 강의들을 정리해 본다.
대가들의 조언
수술 초심자 때는 당연하겠지만 수술을 잘 하는 방법, 수술 중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 어려운 케이스를 구별하는 방법 등에 대해 공부하고 배우고 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뭐든 기초가 중요한 법이니.
어느 정도 초심자에서 벗어나게 되면 한 가지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합병증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위는 강의 슬라이드중 하나인데, 수술 합병증을 겪지 않는 서전은 두 가지 경우라고.
첫째, 수술을 하지 않는 의사이거나,
둘째, 거짓말을 하거나…
맞는 말이다.
Expert 서전이 되기 위해
물론 술자의 수술 실력이 매우 중요하긴 하다. 특히 수술을 막 시작하는 시기에는.
하지만 어느정도 손에 수술이 익으면 그때부터는 케이스 싸움. 즉 경험 싸움이 된다.
합병증은 확률. 즉, 수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합병증을 만날 확률도 커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 수술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가 갈리는데,
Expert 서전은
- 수술 전에 미리 위험요소를 잘 파악한다
- 수술 도중 합병증 사인을 빨리 알아차린다
- 합병증 대처에 대한 plan A,B,C,D가 있다
- 주어진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안다
Amateur 서전은
- 이쯤 수술 했으면 다 거기서 거기야, 수술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 수술 도중 발생한 이상 징후를 잘 파악하지 못하거나, 뭔가 이상해도 아니겠지하고 계속 진행한다
- 합병증 대처에 대한 계획이 없다
- 본인 역량이 아닌데 계속 붙잡고 있거나, 겁을 내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손이 좋고 나쁘고, 수술을 빨리하고 늦게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여튼, 결국 위기상황 대처 능력, 임기응변이 중요하기에 서전은 경험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그 경험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눈 수술, 특히 백내장 수술의 특성 때문이다.
- 연습이 쉽지 않고, 의미에 한계가 있음
– 연습용 모델눈이나, 돼지눈으로 웻랩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첫 수술에 도움이 될 뿐. 실제로 해보면 매우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다들 나중에는 웻랩을 잘 하지 않게 된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가 통하지 않는 부분이 크다. - 기회가 적다
– 우리나라 의료환경 특성상 초보자에게 기회가 쉽게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공의때 백내장을 한 개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미국의 경우 보통 400케이스 정도는 한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모든 입장이 이해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들도 있어 우리나라 포함 많은 서전들이 인도로 백내장을 배우러 가는 것은 십수 년 전부터 있어왔다. - 다양한 기회가 적다
– 2번에 이어지는 내용인데, experts가 되려면 쉬운 케이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케이스, 합병 케이스 등 여러 경험이 중요한데 애초에 쉬운 케이스조차 기회가 없는데 다양한 케이스는 더 없다.
- 안과 수술은 국소마취가 대부분
– 안과 수술만큼 미세한데 환자 정신이 온전한 국소마취로 수술을 하는 수술은 없다. 환자가 가만히 있는다 해도 미세한 움직임, 예상치 못한 비협조, 불편한 자세 등은 수술 진행에 있어 수많은 변수로 작용한다. - 찰나의 순간이…
– 백내장 수술 보통 10분 정도로 끝나지만 후낭파열 등 합병증이 생기면 1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수술을 두 번에 나눠(추후 망막수술) 하기도 하고. - 소극적 자세
– 2~5 의 이유로 수술에 대해 소극적으로 될 수 있다. 쉬운 케이스만 하게되고 어려운 케이스는 피하게 된다. 어려운 케이스를 어쩌다 한 번 했다가 큰코를 다치고 더욱 소극적으로 된다. 새로운 테크닉을 시도하는것 조차 꺼려지게 된다.
이외에도 수십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충 생각나는 것을 정리해 봤다.
그럼 어째야 하나?
- 멘토에게 도움을 받는다
- 간접경험을 많이 한다
멘토는 스승님이나 주변에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다. 설령 그들의 실력이 그닥 뛰어나지 않더라도 그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은 무시할 수 없다.
간접경험은 수술 어시스트를 서면서 수술을 보는 것을 말한다. 또는 수술 영상을 통해 할 수도 있다.
전공의때 수술 어시스트를 지겹도록 하게 되는데, 안타까운 것이 이때 하는 어시스트는 큰 의미가 없다… 직접 수술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어시스트는 그냥 단순 구경 정도로 익숙해진 이후부터는 단순 노동이 된다.
첫 집도를 하게된 이후부터는 어시스트가 매우 재밌어 지는데, 이때부터 진정한 간접경험이라 할 수 있겠다.
스승님께 이것 저것 물어보고, 또 스승님 실수도 보고 그걸 대처하는 것도 보면서 쭉쭉 성장하게 된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수술 실력이 빨리 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있는데,
본인이 한 수술을 다시 복기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다.
수술시에는 느끼지 못하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복기를 해보면 아주 잘 느껴진다.
복기하지 않은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그게 실수인지도 모르고 제자리걸음만 하게 된다.
내 첫 수술 영상을 수백번은 본 것 같다. 지금도 항상 그날의 수술 영상을 한번씩은 리뷰를 한다.
또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경우 교육목적으로 영상을 만드는데 나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갔는데 학회는 초심자부터 대가들까지 모두 모여 본인들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공부하는 자리다.
간접경험의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런 “수술 도중 만난 재앙”, “피할 수 없었던 합병증” 이런 주제의 강좌는 항상 만석이다.
이번 학회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강의 몇 가지만 정리해보자.
2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