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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시각 증상 6,7,8 – 빛과 맹점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새로운 병원에 적응을 하느라 포스팅을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제 새 병원에서 수술도 시작했고, 어느정도 적응이 되는듯 하여 틈이 날 때마다 다시 포스팅을 열심히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같이 한 번 봅시다.

이번에는 Purkinje가 정리한 주관적 시각 현상 6번, 7번, 8번을 살펴보려 합니다.

어떤 실험과 상황을 통해 관찰되었는지, 그리고 현대적 해석은 어떻게 가능한지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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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눈 암실 시야에서의 빛 현상 – “쉬는 눈”이 만들어내는 내적 빛

밖에서 돌아와 어두운 방에 들어갔을 때

Purkinje는 맑은 날 바깥을 활발히 걸어 다니다가, 갑자기 어두운(혹은 조도가 낮은) 실내로 들어오면 오른눈 시야에 “알코올 불꽃이 꺼져가는 듯한, 혹은 인광을 바른 면이 흐릿하게 빛나는” 느낌이 생긴다고 묘사합니다.

이 빛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아주 작은 불규칙 점광들이 휘몰아치며 서로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각 점은 “빛의 궤적”을 남기며, 그 궤적이 얽혀 그물이나 별같은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시야가 흐릿해져 또렷한 물체 인식을 방해했다고 하네요.

Purkinje는 이 현상을 “햇빛 속 먼지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비유합니다.

왼눈(약시·노안)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

한편, 오른눈을 가리고 왼눈(상대적으로 약하고 노안이 있는 눈)으로 밝은 표면을 몇 분간 주시하면 시야 경쟁(visual field rivalry) 같은 것이 일어나, 의식이 조금만 풀리면 오른눈 시야로 “다시 전환”되는 느낌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때, 가려져 있던 오른눈의 어두운 배경이 앞을 가리고, 작은 흰 점들이 무리지어 빙빙 돌거나 흩뿌려지는 현상이 보이는데, 역시 시야 중앙에 많이 모이면서 주변부로 갈수록 뭉치가 흐트러지는 형태를 띤다고 해요.

처음엔 점들이 계속 움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른 깜빡임(flickering) 수준의 약한 빛”으로 합쳐져, 전체 시야가 흐릿하게 밝아진 듯한 느낌이 됩니다.

왜 눈을 떴을 때 더 잘 보일까?

이런 현상(“오른눈 암실 시야”에서의 빛무늬)은 눈을 감았을 때보다, 어느 정도 빛이 들어오는 상태(“완전히 어둡지 않은 배경”)에서 더 선명해진다고 합니다.

Purkinje는 외부 광원이 내부 빛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했어요.

결론적으로, 오른눈이 쉬고 왼눈이 바쁘게 일할 때, 오른눈 시야에 “내부 포스핀”이 활성화된다는 해석입니다(“쉬는 눈”이 더 활발히 자극을 느낀다는 역설적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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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배경을 볼 때 반짝이는 점

밝은 표면(예: 흐린 하늘, 촛불)을 응시할 때

Purkinje는 큰 흰색 면을 바라보거나 구름 낀 하늘, 혹은 가까운 촛불을 약간 고정해 보면, 시야 중앙에서 점들이 “탁!” 하고 나타나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반복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점들은 곧 검은 점(black points)으로 변하며, 다시 금세 사라져 버리는 식이죠.

만약 이 순간에 시선을 돌려 어두운 곳을 보거나 눈을 감더라도,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든 현상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즉, “밝은 면을 본 순간”에 이미 망막이 자극받아 점들이 점멸하기 시작했고, 이후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안인 사람이라면 돋보기가 필요

노안(Presbyopia)이 있는 경우, 가까운 물체나 밝은 표면을 맨눈으로 보려 하면 초점 맞추기가 쉽지 않고, 외부 사물에 주의를 뺏겨 이런 주관적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볼록렌즈(돋보기)를 사용해 선명히 보이게 만든 뒤, 외부 현상에 신경 쓰지 않고 시야에 떠오르는 빛무늬에 집중해야 한다고 Purkinje는 조언합니다.

“유성(meteor)” 같은 큰 빛점

평소 암실이나 밤에 정상적으로 깨어 있을 때, 가끔씩 더 크고 밝은 점이 번쩍하듯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험을 언급하는데요. 이때는 사라진 뒤에도 노란색 얼룩이 흰 배경에서 남아 시력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Purkinje는 이것이 백내장과 연관될 수도 있다고 덧붙입니다.

또한 이런 짧은 “빛 방전”은 마치 대기 중 번개와 유사한 전기적 충돌로 비유될 수 있으며, 신경 조직의 수축·이완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생기는 방전일 수 있다고 추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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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 유입점 – 맹점(Blind Spot)

시신경이 나가는 길인 시신경 유두는 시세포가 없어 맹점이 만들어짐

마리오트(Marriotte)의 유명한 실험

시신경이 망막에 들어오는 지점(시신경 유두, Optic Disc)은 광수용체가 없으므로 실제 맹점이 생깁니다. Purkinje는 이를 재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고전 실험을 자주 수행했다고 합니다.

종이에 1인치 간격으로 두 점을 그려놓고, 오른눈만 사용해 왼쪽 점을 주시하면, 오른쪽 점이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것.

같은 방식으로 왼눈만 사용해 오른쪽 점을 보면, 왼쪽 점이 사라집니다.

2) 양안(두 눈)으로 볼 때 – Wax Balls 실험 (Fig. 20 [Fig. 4.6])

조금 더 복잡한 경우, 왼눈과 오른눈이 동시에 사물을 볼 때 맹점 부분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Purkinje는 밀랍 공(Wax Balls) 네 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는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양안시에서의 맹점 실험

a, a′라는 중앙 점 두 개를 각각의 눈 축과 일치시키고, b, b′라는 외곽 점 두 개를 시신경 유입점(맹점 위치)로 가정해 배치합니다.

두 눈이 약간 내사(사시)되거나, 공의 위치를 서로 다르게 조정함에 따라, “b, b′가 사라지고 a, a′가 하나처럼 겹쳐 보이는” 등 여러 착각 현상이 일어남을 확인했습니다.

사실상 두 눈의 맹점 위치, 시선의 교차점, 그리고 물체 배치에 따라 시야에 사라지는 점겹쳐 보이는 점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로, 이를 통해 맹점의 존재와 양안 입체시 구도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시신경 유입점의 의미

결국, 맹점(Optic Disc)은 물리적으로 수용체가 없는 영역이라 사물이 “인식되지 않는” 곳이지만, 양안 시야가 겹칠 땐 자연스럽게 상호 보완되어 평소엔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Purkinje는 이 실험들을 통해, “한눈으로 볼 때는 간단히 맹점을 찾을 수 있지만, 양눈으로 볼 때는 조금 더 복잡한 배치와 주시 방법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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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안과학적 해석

눈의 “쉬는 상태”와 내적 빛 생성

6번 현상은 한눈이 집중 사용될 때 다른 눈이 “암실 상태”에 놓여 내부 잡음(Phosphene)을 더 쉽게 감지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망막은 외부 빛이 없어도 일정 수준의 자발 활동을 하므로, 쉬는 눈이 역으로 빛무늬를 “증폭”해 경험하는 것이죠.

흰 배경 응시와 빛

밝은 면을 오래 바라보면, 동일 부위의 망막이 지속 자극되어 과부하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작은 점광들이 순간적으로 번쩍입니다(“잔상”의 일종).

신경 조직 내 “번개”와 같은 전기적 미세 방전을 상상해볼 수도 있고, 백내장 등 수정체 이상이 있으면 이 효과가 더 자주 나타날 수도 있죠.

맹점과 양안 시야

맹점은 안과학 교과서에서 반드시 배우는 기본 개념으로, 한눈으로 본다면 쉽게 사라지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양눈 사용 시엔 시야가 어느 정도 겹치기 때문에 맹점을 느끼기 어려우나, Purkinje의 Wax Balls 실험처럼 물체와 눈의 배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양안에서도 맹점을 체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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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및 다음 예고

정리하자면,

6번에서는 “한눈이 쉬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빛이, 어떻게 시야에 퍼져 흐릿한 점·그물 형태로 나타나는지,

7번에서는 “밝은 배경”을 볼 때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점(Scintillating Light Points)이 왜 일어나는지,

8번에서는 “시신경 유입점(Optic Nerve Entry)”, 즉 맹점(Blind Spot)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 보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이 모든 현상은, 우리의 눈이 외부 빛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감각 기관을 넘어, 자발적·복합적 신경 작용을 통해 시각 경험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줍니다.

다음 포스팅(9편)에서는 이러한 맹점과 시야 소실, 그리고 Purkinje가 이어서 언급한 다른 착시·시각 결함 현상을 더 깊이 파고들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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