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시각 증상 5 – 떠다니는 흐릿한 줄무늬 (Wandering Cloudy Str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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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 시각 증상 2 – 압박으로 인한 빛 무늬 (Pressure Figures)
- 주관적 시각 증상 3 – 무늬의 재등장, 명료화 실험
- 주관적 시각 증상 4 – 전기 자극에 의한 빛무늬 (Galvanic Light Figures)
- 주관적 시각 증상 5 – 떠다니는 흐릿한 줄무늬 (Wandering Cloudy Stripes)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정신이 없어 오랜만에 이어가는 포스팅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우리는 Purkinje가 전기 자극을 통해 눈에 독특한 빛무늬를 만들어내는 갈바닉 빛무늬(Galvanic Light Figures)를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제5장(V)에서 다루는 “떠다니는 흐릿한 줄무늬(Wandering Cloudy Stripes)”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차례
어두운 환경에서 보이는 미묘한 빛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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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kinje에 따르면, 외부 빛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로 어두운 시야(특히 한쪽 눈을 감는 경우)에 집중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하고 흐릿한 줄무늬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형태가 불분명하고 어지럽게 얽힌 빛-어둠 무늬지만,
곧 넓고 곡선을 이루는 띠(band)가 형성되며, 내부에 검거나 밝은 간격(어두운 구역)이 끼어드는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이러한 띠들은 시야 중심부를 향해 혹은 원형으로 맴돌 듯 움직이다 사라지거나, 도중에 부서지듯 흩어지면서 점차 소멸한다고 합니다.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
Purkinje의 관찰에 따르면, 이 줄무늬(흐릿한 띠)가 시야를 가로지르는 데에는 약 8초 정도 걸릴 만큼 비교적 천천히 이동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암흑은 아니고, 어느 정도 미약한 빛(chaotic light)이 깔려 있으며, 그 위에 흐릿한 띠가 형성되다가 서서히 형태를 갖춘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시야 주변부(주변 시야)는 경계가 모호해 측정하기 어렵고, 중앙 쪽만 상대적으로 관찰이 쉬워서 이런 “떠다니는 띠”가 뚜렷하게 인식된다고 하네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흐릿한 줄무늬
1. 시야 중앙에서 약한 빛이 먼저 등장했다가, 검은색 고리(ring)를 형성하면서 사라지는 경우 (위 그림에서 가장 좌측)
검은 고리 바깥쪽은 희미한 빛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고리가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결국 완전히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
2. 밝은 줄무늬가 위에서 아래로(또는 아래에서 위로) 수평 띠처럼 내려오다 중심부에서 합쳐지는 경우 (위 그림에서 중앙)
그 뒤 유사한 형태의 어두운 띠가 같은 경로를 따라가며 사라지는 식
때때로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는 순간, 빛-어둠의 사각형 패턴이 번쩍 나타나 갈바닉 자극 때 보았던 격자무늬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함
3. 빛과 어둠의 리본(ribbon)이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각도에서 침투하는 경우
4.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두 곡선 띠가 시야 중심에서 시작되는 현상
집중력이 떨어질 때 흐릿해지는 무늬
시간이 지나거나 피로로 인해 주의가 약해지면, 이 흐릿한 줄무늬들은 점차 불규칙한 빛-어둠 파동으로 변해버리고, 결국 완전히 희미해져서 “미세한 광채(very dim light)가 어둠을 덮는” 상태로 바뀐다고 합니다.
Purkinje는 개인마다 오른눈, 왼눈 상태가 다를 수 있어 어느 한쪽 눈이 더 잘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양쪽 눈이 시력이 비슷하고 예민하다면, 두 눈 시야가 합쳐져 더 풍부한 무늬로 관찰될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과거 관찰과의 연관성
Purkinje는 이 떠다니는 흐릿한 줄무늬가 이전 장(압박 빛무늬, 명료화 실험 등)에서 언급한 사각형, 나선형, 체커보드 패턴 등과 원인이 같거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빛의 띠가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온다면, 서로 겹쳐 복잡한 루프나 사각형을 만들 수도 있다는 추론이죠.
실제로 완전히 어두운 곳에서도 망막과 시신경이 미세 자극을 받으면 “잔잔한 빛 신호”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여건과 주의 집중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된 무늬가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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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안과학적 해석
암실 시야에서의 “광(光) 잡음”
완전한 암흑이라 해도, 망막과 뇌는 어느 정도 **기본 자발 방전(spontaneous firing)**을 일으켜 미세한 빛감을 만들어냅니다.
시각 계통이 예민한 사람이나 한쪽 눈만 집중해 보는 경우, 이런 미세 광신호가 “구조 있는 패턴”처럼 인식될 수 있죠.
제가 이전에 이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클릭
느린 이동과 곡선 형성
시각 신경망이 자체적으로 주기적 또는 불규칙적 활동을 할 때, 특정 방향성(예: 위→아래, 중심→바깥)으로 “흐릿한 띠”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맥박, 호흡, 안구 운동 등도 미세하게 영향 미쳐, 띠가 천천히 이동하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병적 상태와 구분
이러한 흐릿한 빛무늬가 너무 강렬하거나, 계속해서 시야를 방해한다면, 망막 박리 전조 증상이나 신경학적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이고 미세한 수준이라면, 정상적인 내시현상(주관적 시각 현상)의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및 다음 예고
오늘은 “떠다니는 흐릿한 줄무늬(Wandering Cloudy Stripes)” 현상을 살펴봤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눈을 고정해보면, 느리게 움직이는 곡선 띠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이는 망막과 뇌가 완전히 “잠든” 상태가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기도 합니다.
다음 포스팅(6편)에서는 Purkinje가 다른 눈과의 상호작용, 혹은 한쪽 눈만 사용했을 때 생기는 시야 변화 등과 관련해 어떠한 추가 실험·관찰을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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