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시각 증상 4 – 전기 자극에 의한 빛무늬 (Galvanic Light Fig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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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 시각 증상 1 – 빛과 그림자
- 주관적 시각 증상 2 – 압박으로 인한 빛 무늬 (Pressure Figures)
- 주관적 시각 증상 3 – 무늬의 재등장, 명료화 실험
- 주관적 시각 증상 4 – 전기 자극에 의한 빛무늬 (Galvanic Light Figures)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오늘은 Purkinje의 주관적 시각 현상 중 제4장(IV), 전기 자극으로 인한 빛무늬(Galvanic Light Figures)를 살펴보겠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빛과 그림자 형태, 눈 압박 빛무늬, 명료화 실험 등을 다뤘는데요.
이번에는 전류를 이용해 눈에 특별한 빛무늬가 발생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Purkinje가 어떤 실험을 했고, 현대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차례
Purkinje의 실험 장치와 준비
Purkinje는 구리와 아연 판 20쌍을 교대로 쌓은 볼타 전지를 제작했습니다.
거기에 암모니아수에 적신 헝겊 조각을 끼워 넣고, 두 개의 기타 줄(금속 도체)을 이어 전류를 흐르게 했다고 합니다.
전류 공급(아연 극)은 입에 물고, 다른 한쪽(구리 극)은 이마 중앙 등에 접촉해, 눈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이었죠.
검은 곡선과 보랏빛 배경
실험 초기, Purkinje는 시야 중심에 “검은 띠(arc)”가 나타나고, 그 안쪽(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 보라색 빛이 스며드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검은 띠 양옆, 조금 아래쪽에는 “어둡게 보이는 점”이 있었는데, 이를 시신경 유입점(눈 뒤쪽, 망막의 블라인드 스폿 부근)으로 추정했습니다.
주변부(특히 띠 아래쪽)에도 희미한 보랏빛 광채가 깔려 “장미꽃처럼 반짝이는 형상”을 이뤘다고 해요.
전극 극성 바꾸기 – 색과 빛의 반전
Purkinje는 구리-아연 극성을 바꿔 보는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전극 극성을 바꾸면 보랏빛이 연한 노란색 빛으로 바뀌고, 처음에 밝았던 부분이 더 어둡게 변하거나 반대로 어둡던 영역이 밝아지는 등 “색과 명암의 반전”이 일어났다고 기록합니다.
이때도 시신경 유입점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선명한 보라색 혹은 진한 색으로 대비를 이뤘다고 하네요.
전극 위치 이동 – 검은 띠(arc)의 움직임
이마 중앙에서 코 쪽으로 전극을 옮겨가면, 검은 띠의 안쪽 끝이 아래로 꺾이고 바깥쪽 끝이 위로 향하는 식으로 곡선이 변화했습니다.
하안검(아랫눈꺼풀) 안쪽→바깥쪽으로 이동하면 띠가 갈라지거나 기울어지고, 심지어 수직에 가까운 위치로 회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즉, 전극이 눈과 어느 위치에서 접촉하느냐에 따라 검은 곡선과 색 영역이 움직이는 “가상의 지도”처럼 보이게 된 셈입니다.
빠른 극성 전환 시 – 커다란 격자와 파동
극성을 급히 바꾸거나 기타 줄끼리 재빨리 접촉해 전기 방전을 연속으로 만들면, 검은 곡선 위아래로 “번갈아 나타나는 밝고 어두운 줄무늬”가 교차해 큰 격자 형태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 이전 장(압박 빛무늬나 명료화 실험)에서 봤던 사각형·체커보드보다 훨씬 더 큰 패턴으로 보였다니, 매우 강렬한 시각적 착각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압박 빛무늬와의 중첩
만약 눈에 압력을 가한 상태에서 전극을 접촉하면, 갈바닉 빛무늬 대신 압박 빛무늬(Pressure Figures)가 먼저 나타나기 쉽다고 Purkinje는 밝혔습니다.
압력을 계속 높이면 망막 혈관 패턴까지 보여(추후 제13장 내용) 전기 빛무늬가 묻혀버린다고 하네요.
현대 안과학적 해석
전기 자극과 망막 자극 원리
전극을 통해 눈 주변(이마, 눈꺼풀)에 전류를 흘리면, 망막이나 시신경에 일시적인 전기적 흥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뇌는 이 신호를 “광 자극”으로 인식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빛무늬나 검은 띠를 만들어냅니다.
색 반전과 위치 이동
극성 교환으로 인해 전류 흐름 방향이 달라지면, 자극받는 망막 영역과 신경섬유 활성화 패턴도 바뀌어 색과 명암이 반전되는 것입니다.
전극 위치에 따라 시야 무늬가 기울거나 분리되는 현상 역시, 전류가 눈에 들어오는 경로가 달라지면서 생기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및 다음 예고
이상으로 “갈바닉 전기 자극으로 인한 빛무늬(Galvanic Light Figures)”를 살펴봤습니다.
Purkinje는 자작 볼타 전지를 활용해 시야에 발생하는 독특한 검은 곡선과 위치 이동에 따른 변화, 그리고 대규모 격자 패턴 등을 관찰했습니다.
전극의 극성과 위치에 따라 시각적 무늬가 달라진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음 포스팅(5편)에서는 Purkinje가 소개하는 또 다른 내시현상인 “떠다니는 흐릿한 줄무늬(Wandering Cloudy Stripes)”로 넘어갈 텐데요. 전기 자극 없이도 시야에 나타나는 미묘한 움직임과 그 이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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