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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시각 증상 3 – 무늬의 재등장, 명료화 실험

안녕하세요 안과전문의 송한입니다.

오늘은 Purkinje가 정리한 주관적 시각 현상 가운데 제3장(III), “이전 무늬가 다른 조건에서 다시 나타나는 모습, 그리고 명료화 실험(Clarification Experiment)”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서 1편에서는 빛과 그림자 형태, 2편에서는 눈 압박으로 인한 빛무늬를 다뤘는데요.

이번에는 기존에 나타났던 시각 무늬가 왜 다른 상황에서 재등장하는지, 그리고 Purkinje가 이것을 어떻게 해석·비교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시 나타나는 사각형 무늬와 빛 현상

Purkinje는 “눈 압박”이나 “깜빡이는 빛”처럼 특정한 조건이 아니라, 심신 상태나 외부 요인에 의해 기존의 시각 무늬들이 다시금 나타날 수 있다고 기술합니다. 예를 들어,

• 잠들기 직전, 어두운 시야에 집중할 때

• 목동맥(경동맥)을 살짝 압박해 뇌로 가는 혈류를 줄일 때

• 과도한 긴장(불안정) 상태나, 마취성 약물을 사용하여 신경계가 예민해졌을 때

• 매우 추운 겨울, 체온이 떨어졌을 때

• 오랜 시간 심호흡을 지속할 때

• 갈바닉 자극(전기 자극)으로 빛의 깜빡임이 빠르게 반복될 때

위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큰 사각형이나 빛나는 마름모(광선) 등이 순간적으로 시야에 스치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가벼운 기절이 올 듯한 상황이나 신경계가 약해졌을 때, “반짝이는 빛”이나 “체커보드 패턴” 같은 내시현상이 한층 또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기록합니다.


음향 무늬와의 유사성

Purkinje는 이처럼 시야 속에 떠오르는 사각형과 격자 무늬가, 음향 실험으로 유명한 클라드니(Chladni)의 소리 패턴을 연상시킨다고 말합니다.

클라드니의 소리 패턴

Chladni 음향 무늬 : 얇은 판 위에 모래나 액체를 뿌려놓고 특정 음을 울리면, 진동하는 부분과 고정된 부분이 서로 다른 무늬(별, 격자, 방사형 등)를 생성

Purkinje는 망막이나 눈의 구조 역시 “진동(oscillation)”과 “수축·이완”이 끊임없이 일어나므로, 높은 주파수의 변동이 사각형·방사형 무늬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추론합니다.

결국 시각적 패턴과 음향 진동 무늬가 동일한 물리·생리학적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눈의 내부 진동” 가설과 수축·이완

Purkinje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눈(또는 뇌)이 일시적으로 “내부 진동 상태”에 들어가, 빛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 혈류 감소(경동맥 압박, 심장박동 약화, 저체온, 마취제 등) → 눈과 뇌에 영양 공급이 저하 → 수축과 이완이 교대로 일어나 시각 잡음(빛무늬)

• 강한 추위 → 유기 조직이 수축 → 사각형·밝은 원반 형태가 도드라지게 보임

• 반복적 심호흡 → 산소·이산화탄소 농도 급변 → 시각 신경계가 쉽게 흥분

• 갈바닉 자극(전기) → 빛의 깜빡임이 빠른 속도로 반복되면 망막이나 시신경이 주기적 진동을 일으켜 무늬를 생성

즉, 상반되는 힘(수축 vs 이완, 압력 vs 이완)이 계속 교대하며 눈 내부 조직을 “진동”시키고, 그 결과 다양한 빛무늬(체커보드, 마름모, 방사형 등)가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명료화 실험(Clarification Experiment)

Purkinje는 이러한 주관적 시각 현상을 좀 더 명확히 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방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하면서 시야를 관찰

필요하다면 목동맥을 살짝 눌러보거나, 뇌 흥분도를 낮추는 환경을 만들어봄

눈에 직접 압력을 가하거나, 갈바닉 자극을 통한 깜빡임을 적용

다만, 현대적 시점에서 이런 시도들은 자칫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흉내 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Purkinje도 “실험은 점진적으로, 반응을 관찰해가며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현대 안과학적 해석

생리학적 반응 vs 병적 반응

정상 범위: 저녁에 졸음이 몰려올 때 보이는 흐릿한 빛, 강추위 속에서 일시적으로 인식되는 조그마한 사각형 무늬 등은 일종의 생리적 반응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병적 상태: 망막혈류 부족(망막순환 장애)이나 뇌혈류 이상, 신경계 손상이 있으면 빈번하고 지속적인 빛무늬, 시야 협착, 실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시각적 진동”이라는 관점

Purkinje의 “내부 진동설”은 완전히 과학적 검증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망막과 시신경이 자발적·반복적으로 흥분하는 현상(뇌파의 리드미컬한 활동, 혈류 변동 등)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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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뇌전증(간질) 환자나 편두통 오라(aura) 경험자의 경우, 특정 리듬으로 빛무늬와 기하학적 패턴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호기심으로 짧게 “눈 안에서 이런 무늬가 보이는구나” 하고 관찰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장기간·심각한 수준의 빛무늬나 시야 이상이 있다면 안과 진료를 통해 기질적 질환을 배제해야 합니다.


마무리 및 다음 예고

이번 3편에서는 “이전 무늬가 다른 조건에서 다시 나타나는 현상(Clarification Experiment)”과 관련된 Purkinje의 관찰을 살펴봤습니다.

일상적인 컨디션 변화(피로, 과호흡, 추위, 신경 예민 등)만으로도 눈앞에 이미 본 무늬가 다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클라드니 음향 무늬처럼 “진동”이나 “물리적 파동”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점이 특이하죠?

다음 글(4편)에서는 갈바닉 전기 자극으로 인한 빛 현상(Galvanic Light Figures)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전극을 이용해 눈에 전류를 흐르게 할 때 시야에 나타나는 패턴들이 또 얼마나 독특한지, 현대 안과학적 시각으로 해석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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